중국인들이 극히 혐오하는 역사 인물의 하나가 남송(南宋)의 조정을 쥐고 폈던 진회(秦檜)다. 반대로 가장 존경하는 무인은 악비(岳飛) 장군이다. 그 악비가 금나라 군에 연전연승, 잃었던 하북 땅을 거의 회복할 즈음 진회의 모함에 빠져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이런 연유로 중국인들은 진회를 최악의 매국노에, 간신으로 여기고 있다. 이 진회가 재상으로 있던 어느 날이다. 시중의 돈이 말랐다. 유통하는 화폐를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진회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이발사를 불러 이발을 한 다음 상당히 많은 돈을 집어 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조정은 곧 화폐개혁을 할 계획이라고. 얼마 후면 못쓰게 될 돈이니 인심이나 쓰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긴 것이다.
이발사는 사람들에게 말을 옮겼다. 얼마 후 시중에는 돈이 쏟아져 나왔다. 경제 질서가 바로 잡힌 것이다.
말 한마디였다. 그것도 비공식적으로 한 재상의 말 한마디가 이런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비록 세상이 지탄하는 희대의 간신이었지만.
‘오럴 해저드’란 말이 있다. 입만 열면 조직에 분열을 가져오는 리더가 있다. 그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항상 말이 앞선다. 필요 없는 말을 한다. 안 해도 되는 말을 한다. 그 바람에 쓸데없는 오해가 생긴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리더의 언어가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다. 죽어가는 조직을 되살리는 비전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조직을 죽이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하던가. 노무현 대통령의 언어폭력이 가히 세기말적 증세를 보이고 있다. 무려 4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그 광경이 마치 종교집회를 방불케 했다는 보도다.
평소 노무현 정권에 비교적 호의적이던 언론이다. 그런 언론조차 마라톤 연설을 즐기던 과거 전체주의 지도자들도 4시간 동안 연설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렸다.
막말을 해댄다. 비속어 남발에, 독설을 퍼부어댄다. 그럴 때마다 참여정부 포럼에 참가한 지지자 900여명은 무려 190차례나 박수와 환호로 화답해 종교집회를 방불케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그러나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4년 내내 그랬으니까. 게다가 지난 연말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에서 70분 동안 국민을 상대로 독한 말을 마구 쏟아냈다. 그래서 이미 내성이 생긴 탓인지 모른다.
다른 말로 하면 대통령의 말이 가치가 없게 된 것이다. 저 남송 시절의 간신 진회의 계산된 한마디 말도 그토록 무게가 있었는데.
그건 그렇고 왜 4시간씩 쉬지 않고 해댔을까. 혹시 불안과 초조의 발로는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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