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전교회에서 열린 합동 결혼 기념식에서 노부부들이 수줍어 하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지난 50년 세월이 꿈 같습니다”
“어릴 때 결혼할 땐 아는 게 없었죠. 한마디로 기분 째집니다”
“신혼부부들 싸울 때는 더 많이 싸우고 여러 모험도 해보세요”
12일 노스리지 세계비전교회(담임목사 김재연)에서는 결혼한 지 25년 이상인 한인 부부 22쌍 ‘합동 결혼기념식’이 열려 참석한 하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고운 한복과 드레스를 입은 아내, 나비넥타이에 결혼 예복을 입은 남편은 여느 새내기 신랑·신부와 다를 게 없었다. 다만 흰머리와 얼굴에 진 주름이 부부로서 살아 온 지난 세월을 담고 있었다. 기념식을 시작 전 꽃장식된 줄 가운데 선 이들은 감회가 새로운 듯 배우자를 바라보며 말없이 웃었다.
이날 합동결혼식에는 결혼 60주년을 기념한 노부부 2쌍, 50주년을 맞이한 5쌍, 25주년을 넘긴 15쌍이 참여했다. 합동기념식은 자녀들 중 미혼 자녀와 손자손녀가 화동으로 나와 촛불점화와 함께 하객들의 박수로 시작됐다.
결혼 57주년이 지나 미리 60주년을 기념한 이정재(82)·이영순(79) 노부부는 “3남매를 잘 키웠고 60주년을 기념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살아보니 부부란 서로 잘 참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난 삶을 되새겼다. “남은 인생 건강하게 잘 지내자”고 말한 이 할아버지의 말에 부인 이 할머니는 “신혼부부는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결혼 33주년을 넘긴 김승웅(67)·홍경은(56) 부부는 이번 기념식을 위해 드레스를 새로 장만하기까지 했다. 홍경은 씨는 “몇 십년만에 결혼식을 다시 하니 그동안 얄밉던 남편의 모습도 예뻐 보인다”며 “남은 시간을 신혼부부처럼 다시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합동 결혼기념식은 ‘애정서약, 예물교환, 케익 커팅’으로 진행됐다. “다시 결혼하니 부끄러울 게 없다”는 이들은 행사 말미에 ‘키스 시간’이 주어지자 애정을 자랑하듯 진한 키스를 나눠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지켜보던 하객들은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결혼 33년이 지나 은혼식에 나선 부모(김영철·김은옥)를 지켜보던 김제시(26·여)씨는 “다 커서 부모의 결혼식을 지켜보니 아름답고 참 행복하다”며 “새삼 결혼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나 역시 좋은 반려자를 만나 평생토록 같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15년 만에 합동 결혼기념식 주례를 선 김재연 목사는 다음 기념식은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인들이 가정의 소중함과 행복의 의미를 한번쯤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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