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인패소 판결
가주 법과 배치 파장
대출자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경우에는 대출서류를 외국어로 번역해 제공해야 한다는 캘리포니아법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한인 고객이 모기지를 계약할 때 한국어로 번역된 계약서류를 제공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연방법원 노던캘리포니아 지부 소송자료에 따르면 ING 은행은 LA에 거주하는 한인 안모씨 부부가 모기지 융자금을 상환하지 않자 지난해 3월 안씨 부부를 상대로 주택차압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안씨 부부는 은행이 한국어로 번역된 모기지 융자서류를 제공해야 하는 캘리포니아 법규 섹션 1632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ING 은행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연방법원 델튼 헨더슨 판사는 ING 은행이 한국어 서류를 안씨에게 제공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안씨가 모기지 융자를 받는 모든 과정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브로커 회사 직원에 의해 처리됐고, 이 브로커 회사를 은행의 대리인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ING 은행은 한국어 계약서류를 제공할 책임이 없다고 지난 20일 판결했다. 융자회사가 한국어 서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은행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섹션 1632는 지난 1976년에 제정된 법으로 계약 상담이 한국어나 스페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로 진행될 경우 계약서류의 해당 언어 번역본을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ING 은행의 변호를 맡았던 한인 게리 박 변호사에 따르면 섹션 1632의 원래 목적은 영어가 서툰 소비자들을 부당한 계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부 대출자들이 번역된 서류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모기지 융자상환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연방 및 각 지역 법원에는 모기지를 계약할 때 한국어 등 외국어로 쓰인 서류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섹션 1632 위반이라며 대출자들이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수백 건이 계류 중이다.
금융계에서는 상당수의 모기지 계약이 영어 외의 언어로 진행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에 연방 법원의 판결이 다른 소송 케이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섹션 1632의 적용 범위가 애매해 대출자들이 모기지 상환의 책임을 피하는 구실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은행은 번역서류 제공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모기지 번역서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모기지는 무효라는 주장은 통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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