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모두에게 골칫거리다(?)
6일 미국 인터넷매체 ‘슬레이트’는 잡지 ‘배너티 페어’ 2월호 기획기사 ‘기밀유출자’를 인용, 어산지와 그로부터 기밀문건을 넘겨받아 보도한 매체들이 지난 1년간 불편한 동거를 해 왔다고 보도했다.
어산지는 작년 11월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과 앞서 유출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기밀문서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기존 매체에 미리 넘겨 보도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러나 ‘배너티 페어’에 따르면 어산지는 매체 간 경쟁을 부추기는가 하면 매체들에 엄포를 놓고 계약 조건을 갑자기 바꾸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태로 그를 ‘정보원’으로 생각했던 이들 매체와 자주 충돌을 빚었다.
어산지와 매체 간 불편한 동거는 가디언과 협력 관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어산지는 작년 가디언의 스타 기자 ‘닉 데이비스’를 만나 기밀문건들을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에 단순히 게시하는 것보다 매체들과 공유하는 것이 더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어산지와 가디언 간에 모종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서 가디언은 NYT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어산지는 작년 7월 미군의 아프간전 기밀문서 유출을 앞두고 가디언이나 NYT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독일의 슈피겔을 포함시켰다.
데이비스는 어산지가 영국 채널4 방송까지 아프간전 문서 보도 매체에 끌어들이자 배신감이 극에 달했고, 이후부터 말을 섞지 않았다.
취재원으로부터 신뢰와 복종(servility)을 기대하면서 독점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익숙한 기자들은 어산지의 이 같은 행태에 분노했다.
이처럼 데이비스를 비롯한 기존 매체들은 어산지를 그저 정보원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배너티 페어’는 지적했다.
어산지는 자신을 정보원이 아닌 ‘과학적 저널리즘’의 실천가라고 자부하며, 그가 신중히 분류한 핵심적인 기밀정보를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게시해 왔음을 고려하면 이 또한 빈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산지에 배신당한 가디언은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미국 외교전문을 모종의 경로로 입수한 뒤 이를 NYT와 슈피겔에 넘겨주고 11월 8일에 같이 터뜨리겠다고 별렀다.
이에 격분한 어산지는 가디언을 고소하겠다고 위협했지만, 결국 프랑스 르몽드와 스페인 엘 파이스와 문건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일을 늦추자고 가디언을 설득하는 선에서 끝냈다.
어산지가 남긴 교훈은 머리와 배짱, 정보를 지닌 취재원이라면 기자들을 밀어낸 채 자신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기자들에게는 트렁크로 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슬레이트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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