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번쯤은 누구나 맛있게 먹는 자장면. 우리 손자도 동네 중국식당에 가서 무얼 먹을까 하면, 웃으며 ‘1번’ 하고 외친다. 어린아이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 번호까지 외워둘 정도로 맛있나보다. 어떻게 번호까지 알고 있니? 하면 씩 웃으며 “맛있어서요.”
내가 어릴 때는 우리 5남매 초, 중, 고 졸업식 날에만 한 그릇 먹어 볼 수 있는 유일한 외식이었다. 거기에 탕수육 한 접시까지 추가되면 좋아서 모두들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던 졸업식 뒤풀이. 그래서 다음은 누구 졸업이지 하며 깔깔 웃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50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그때에 맛있는 음식 사주시고 “많이 먹어라 더 먹어라” 하시던 부모님 음성이 귓전을 울린다. 배고프던 그 시절 그 맛은 많은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 음식이 몇 년 전부터 3.99달러에 이집저집 눈에 띄기도 하고 몇 사람이 모이면 화두에 오르기도 한다. 먹는 사람 좋기도 하지만 ‘장사란 이익이 남아야 할 텐데’ 하며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지금도 애난데일 근처에 갈 기회가 있으면 들어가 맛있게 먹곤 했다. 팁을 넉넉히 놓고 나오면 되지 하면서.
집에서 만들어 보았지만 준비되어 있는 기본 양념을 제외하고도 고기, 국수, 그리고 최소한 5~6가지 재료와 자장이 맛있어야 한다.
시간도 한 시간 이상 소요되고 그것뿐인가. 맛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연히 속이 상한다. 다음부터는 이것만은 밖에서 해결해야 되겠다면서 혼자서 중얼중얼 하기도 하면서.
1월 12일 아침 눈이 조금 내린데다 밤 기온이 영하가 되어 길은 좀 미끄럽지만 조심조심 시니어센터로 향했다.
늘 하던 대로 탁구로 몸을 푼 후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가판기에서 신문을 뽑아든 순간 첫 장에서 자장면 1불이라는 광고를 보면서 보고 또 보고 깜짝 놀랐다.
운전석에 앉은 옆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재확인한 후 출출하던 차에 그 방향으로 갔다. 날씨 관계인지 점심 시간인데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에도 갔던 식당인데 1달러란 가격을 알고 들어가니 왠지 머릿속이 뒤숭숭하다.
우선 두 그릇 주문해놓고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통화 끝에 식당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 사실대로 보고했다. 웃으며 하는 말이 “어머니 정상가격으로 내세요. 아니면 요리를 주문해서 저녁에 맛있게 드셔도 되구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모든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주인의 상술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런 파격적인 가격이 다른 식당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맛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상도덕이 아닐까?
신묘년은 모두 함께 잘 사는 신명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빌어보며 음식 맛, 가격, 서비스 등 모든 면에 소문난 음식점이 많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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