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에서 거래 금액 전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주택 거래시 전체 주택가격의 80~90%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것이 관행화된 미국에서 이처럼 현금 구입 사례가 증가한 것은 주택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증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사이트 질로우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포트 로더데일 지방에서는 주택을 현금으로 구입한 사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의 경우 이 지역 현금거래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이처럼 현금 구입이 늘면서 마이애미 중심지의 주택가격도 작년에 15% 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빈사상태에 놓인 미국 주택시장에서 현금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회생 가능성이 조금씩 엿보이는 것이다.
퓌닉스 지방에서도 작년에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한 비중이 42%나 돼 지난 2008년에 비해 세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전체 주택 구입자의 28%가 전액을 대출없이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 통계를 처음 내기 시작한 2008년 8월에 이 비율이 14%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현금구입 비중의 급등은 미국 경제에서 ‘야성적 충동’이 되살아나는 또다른 징표라고 WSJ는 평가했다.
야성적 충동은 경제여건이 불확실하지만 과감히 도전해 나가는 활기 넘치는 정신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 뉴욕증시 주가의 꾸준한 상승세도 이런 정신의 발현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거용 부동산의 회복세는 주식에 비해 늦지만 최근의 이런 현금구입 경향은 주택 구매자들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업회사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리처드 스토커씨는 최근 마이애미 비치의 공동주택 세 채를 현금으로 구입했다.
그는 바다조망이 나오는 이 집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주택구입을 하게된 것은 집값이 매우 쌌기 때문이다.
스토커씨 부부는 이 집들을 사기 위해 모든 금융자산을 현금화했으며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의 미술 작품을 매각했다.
그는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미술품을 제값에 팔고 부동산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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