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하는 날 남편은 “오늘 점심 메뉴는 뭐지?”라고 물어왔다.
귀에 익숙한 이 질문에 전에 보았던 한국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마음이 잘 통하던 큰 아들의 며느리는 남편의 다른 여자 문제로 집을 나갔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뺀질거리며 놀기만 하던 작은 아들의 여자 친구는 임신했다. 또 딸의 혼사 문제로 꼭지가 돌 지경으로 망연히 앉아있는데, 밖에 나갔던 남편이 돌아와 하는 말이 “밥상 안 차리고 뭐 혀!”라는 말에 더욱 분통이 터졌다. ‘밥, 밥, 밥’ 내가 밥으로 보여요? 밥솥에 밥이 있고, 냉장고에 반찬이 있는데 당신이 좀 차려 잡수면 안 돼요?”라고 소리 지르는 부인의 말에 찔끔하여 꽁지를 빼고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요즘이야 옛날에 비하면 부엌 구조 등 요리하기가 훨씬 편해졌는데도, 우리 세대의 한국 남편들은 심지어 맞벌이를 해도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인지는 몰라도, 대개 부엌일은 부인들의 몫으로 안다.
결혼 전 미국 군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룸메이트가 결혼을 해서 손님들을 초대했는데, 그 중에는 미군들도 있었다. 새 신랑이 부엌에서 새 색시를 도와주는데, 한 미국 군인이 “남자가 볔(부엌)에 들어가면 뭐 떨어집니다”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오래 전 부인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친구의 남편은 “요즘 주부들이야 좀 편해졌나. 나무를 때서 밥을 하나, 얼음을 깨서 빨래를 하나”라고 말해 부인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본인은 “그러면 남편들은 땅을 파서 농사를 짓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남편이 직장 동료와의 대화 중에 “나는 설거지도 하며 아내를 도와준다”라고 말했다가 남편의 “도와준다”라는 말에 그 백인 여성 동료는 심시가 틀려 “같이 한다”라고 하면 안 되냐고 해서 멀쑥해졌다고 한다. 남자들은 “철들면 망령난다”더니 철이 드는지 요즘은 남편이 설거지 등 제법 많이 ‘도와준다.’ 제발 망령만은 들지 말기를.
옛날 며느리들은 시집 식구들에게 억울하게 당한 서러움을 부엌에서 애꿎은 도마만 칼로 두드리고, 설거지 한다고 사기 그릇을 퉁탕대고 닦기도 하며, 빨래터에서 빨래를 방망이로 두들기며 풀었을 것이다. 어떤 시인이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글 속에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 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썼다. 어머니는 집안일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당연한줄 알았다는 아들의 표현이다. 표현을 안 해 그렇지 나이 많은 주부에게도 여성만의 감정이 살아있고, 좋은 글과 음악을 들으면 옛날로 돌아가 감상적인 소녀가 될 때도 있다
오랜 세월 허구헌 날 부엌일을 하다보니 밥이 하기 싫을 때면 요즘같이 발달한 시대에 한 알 그냥 입에 넣으면 위에 포만감도 생기고, 영양도 골고루 취할 수 있는 그런 비타민제는 만들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너무 먹어서 문제되는 비만이다, 성인병이다 그런 것도 없어질 테고, 또 돈과 시간과 에너지는 얼마나 절약이 될 텐데.
성경에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고, 얼굴에 땀을 흘려야 식물을 먹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먹을 입도 주셨지만, 움직여야 되는 손과 발도 주셨으니 남편들이여 이제는 제발 늙어가는 부인들이 ‘당연히’ 해주는 음식만 받아 잡숫지 말고, 텔레비전, 인터넷이나 신문에서 벗어나 손과 발을 움직여서 설거지도 하고, 가사를 “도와주어” 건강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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