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자녀가 납치됐으나 당장 몸값을 송금하라’
미국 현지사정을 잘 모르는 한국 내 유학생 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노려 이같은 협박전화로 돈을 뜯어내려는 ‘보이스 피싱’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한인 학생과 부모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미 대학 취업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L양의 서울 집에 최근 괴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속의 괴한은 “딸을 납치했으나 당당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큰일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고 울부짖는 여성의 음성까지 들려주며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급해진 L양의 부모는 딸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경찰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보이스 피싱’ 사기로 판단해 현지 총영사관을 통해 L양을 급히 찾았고, 셀폰 배터리가 다 돼 연락이 되지 않았던 L양은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한국의 부모와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뉴욕 총영사관에 따르면 이 지역 한인 유학생이나 단기 취업 연수생들의 가족들을 상대로 한 이같은 보이스 피싱 사기 시도가 올 들어 4건이나 발생했다. 또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합치면 유학생 가족을 노리는 보이스 피싱 사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공관 측의 추산이다.
한국 경찰 등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이용해 거짓 협박전화로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 피싱’은 해외에서 결성된 범죄조직이 전화 통화팀, 계좌 개설팀, 현금 인출팀 등으로 역할이 나눠져 전문적 범죄로 이뤄지고 있으며 주로 20대 여성 유학생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부모와 자녀에 대한 신상정보를 사전에 입수, 한국에 전화를 걸어 협박하고 송금을 요구한 뒤 해외 현지에서 인출 명령을 받은 한국 내 ‘현금 인출팀’이 돈을 빼내는 식으로 범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뉴욕 총영사관의 관계자는 “주 타겟은 유학 중이거나 단기체류 중인 20대 여성인 만큼 한국의 가족과 항상 연락이 가능한 통신방법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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