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기 이사장의 삶의 족적
▶ 4.29 폭동이후 ‘인재육성’ 깨닫고 지원 앞장, 몸소 도산 정신 실천 ‘기부의 삶’ 이어가

홍명기 회장은 한국 정부로부터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의 하나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지난 2011년 12월 8일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홍명기 전 미주동포후원재단 이사장의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 서훈 축하행사에 한인 단체장 및 주요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박상혁 기자]
18일 87세의 일기로 타계한 홍명기 M&L 홍 재단 이사장은 미주한인사회의 큰 어른이며 한인사회의 리더였다. 그는 사업가로서, 봉사자로서, 교육자로서, 정치 문화의 후원자로서 한인 1세들에게는 봉사의 롤 모델이었으며 2세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준 어른이었다. 그는 특히‘주류사회에서 벌어 한인을 위해 쓴다’는 평소 철학을 실천한 애국자였다. 그의 부친은 한국의 평화신문과 수도극장(스카라 극장) 사장이었고 동양 최대의 안양종합촬영소를 설립한 홍 찬씨다. 홍 이사장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당시 돈을 가져 올 수 없어 500달러를 들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UCLA 화학과 고학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목장에서 소를 몰고 젖을 짜기도 했고 베벌리힐스 유대인 집에 하우스 보이로 들어가 월급 30달러를 받았습니다” 주경야독의 생활이었다. 주인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불을 못 켜게 해 손전등 아래서 책을 읽었다.
UCLA 마지막 학기에 와서는 도저히 학비를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학업을 포기하려 했다가 백인 여교수가 주는 200달러로 가까스로 학비를 내고 졸업을 했다.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전공을 살려 자동차 도료, 수지 등을 제조ㆍ연구하는 휘태커라는 회사에 연구원으로 26년을 근무했으나 승진과 급여에서 차별을 받았다. 보이지 않은 유리천장이 있음을 안 홍 이사장은 51세의 늦은 나이에 당시 간호사였던 부인 로리 홍 여사의 권유로 2만달러로 페인팅 코팅업체인 듀라코트를 설립해 십수년만에 연간 매출 3억달러가 넘는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4.29 폭동, 도산 정신으로 깨우쳐
이렇게 성공한 사업가로 안주하던 홍명기 회장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1992년 4.29 LA폭동이었다. 홍 회장은 “4.29 폭동 소식을 보고 들으며 ‘그동안 비겁하게 뒤에서 나만 잘 살겠다는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며 “이를 계기로 역량이 허락된다면 동포사회에 나가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홍 이사장은 그 당시 부시 대통령이 직접 LA 한인타운을 방문해 한인사회 구성원과 만났을 때 “우리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대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그 원인으로 인재부족을 꼽았다. 이 후 그는 교육과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차세대 육성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열정을 바쳤다.
그는 “도산 안창호 선생은 무실역행(務實力行), 충의용감(忠義勇敢)으로 자기계발과 민족의 미래를 이끌 인재육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앞으로 살 길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사회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차세대를 제대로 교육해야 우리 위상도 높아집니다. 도산 선생의 정신이 저에게 민족의식과 사회봉사에 대한 자각을 더욱 공고히 하도록 한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기부의 삶 실천
이 같은 봉사정신으로 남가주 한인사회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해 온 홍명기 이사장의 업적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근접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두드러진다. M&L 홍 재단(구 밝은미래재단)을 설립, 수많은 기부를 실천했다.
1999년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 재직 시절에는 350만달러 기금모금에 성공해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를 살려낸 것을 비롯 도산 동상 제막, 국민회관 복원, LA 카운티 박물관 한국관 설립, UCLA 코리안 아메리칸 석좌교수직 신설, UCLA 화확과 장학기금, 한미박물관, UC 리버사이드대 김영옥 연구소 등등 그의 후원은 헤아릴 수 없이 이어졌다.
■이민 1세대 책임의식 가져야
홍 이사장의 삶에는 ‘일관된 원칙’이 있다. 한인사회 구성원과 차세대가 ‘자부심’을 갖고 미국 땅의 떳떳한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이민 1세대로서 나의 경험과 자산을 한인사회 발전에 보태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홍명기 이사장은 “이젠 1세대가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미국 땅에 살아갈 우리 후손을 위해 원로들이 차세대를 지원하고 제대로 인수인계에 나서자”며 “이민 1세대들이 올바른 리더십을 갖고 모범을 보여 2세, 3세들이 미국사회에서 성공해 언젠가는 한인 이민사회에서 미국 대통령이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3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1년 무궁화장을 수훈한 홍명기 이사장은 수훈 기념사에서 “해외동포 750만명을 대표하라는 사명을 받았다”며 “남은 여생을 한인사회 차세대 육성에 힘쓰겠다”며 강조하고 몸소 실천했다.
<
조환동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