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리턴 투 서울’(Return to Seoul) ★★★★½ (5개 만점)
▶ 자신의 진정한 고향을 찾으며 떠난 고향과의 재결합을 시도

입술에 새빨간 루즈를 바르고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프레디가 서울의 밤의 문화 섭렵에 나섰다.
캄보디아 계 프랑스 감독 데이비 슈(각본 겸)가 연출하고 시각미술가로 연기 경험이 없는 박지민이 주연하는 이 영화는 장소와 소속감에 관한 의미심장하고 얘기 서술이나 연기가 모두 변화무쌍한 빼어난 작품이다. 냉정하고 달곰씁쓸하고 차분하며 약감 감상적이기도 하면서 안으로 연민의 따스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데 나의 진정한 고향은 어느 곳이냐를 물으면서 떠난 고향과의 재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얘기 서술이 생략적이면서 리드미컬한데 마치 주인공 프레디처럼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서서히 빨려들게 되는 매력적인 영화다.
어릴 때 외국 부모에 입양된 한국인 여자가 성장해 자신의 생부모를 찾는 드라마이자 성격 드라마를 겸했는데 짙은 무드 속에 간절함을 잉태하고 있다. 캄보디아 계 부모 밑에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슈감독은 프레디를 통해 자기의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 작품의 아이디어는 슈 감독의 친구의 경험에서 얻었다고 한다. 영화는 8년에 걸쳐 진행된다.
25세난 프레디(박지민)는 태풍으로 도쿄여행이 불발되자 방문지를 한국으로 바꾼다. 유아시절 프랑스 부모에게 입양된 프레디는 생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고른 것은 아니다. 프레디는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자신만만하고 개성이 강하며 순식간에 감정이 변화하는 복잡한 내면을 지닌 여자로 쉽사리 접근하기가 힘든 여자다. 서울에서 묵는 호텔의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여직원 테나와 함께 소주 집에 들러서도 다른 식탁의 젊은 손님들을 자기 식탁으로 불러 함께 소주를 거푸 들이키는 당돌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나서 남자가 진지하게 나오자 이를 차갑게 물리치는 여자다.
프레디가 생부모를 찾기로 한 것은 테나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테나로 부터 소개 받은 입양아 가족 찾아주는 기관을 방문한다. 여기서도 프레디의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지극히 사무적인데 그 것은 어쩌면 그의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감정을 감추기 위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프레디의 생부모와의 관계를 알려주는 유일한 자료는 프레디의 생모가 어린 프레디를 안고 있는 사진. 여기서 프레디는 자기의 한국 이름이 연희라는 것과 어머니의 종적은 알 수 없으나 아버지는 군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말을 하나도 할 줄 모르는 프레디가 군산에 내려가 아버지(오광록)와 그의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 재미있다. 아버지는 25년 만에 만난 딸과 재 연결되기 위해 서툴지만 안간힘을 쓰는데 이를 대하는 프레디의 태도는 차갑기만 하다. 여기서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 간의 문화 차이를 느끼게 된다. 아버지 뿐 아니라 영어로 통역을 해주는 고모(김선영)와 할머니도 프레디에게 지극히 정성껏 대한다. 그러나 프레디는 볼 일 다 봤다는 태도로 이들을 떠난다. 그 뒤로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프레디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낸다.
그로부터 2년 후. 프레디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새빨간 루즈를 바른 프레디와 한국인 애인(임철현)과의 클럽을 비롯한 서울의 밤의 문화 섭렵이 소개된다. 이 때 촬영이 어둡다. 프레디가 한국에서 살면서 장소의 변경으로 자신도 변신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표면은 어떨지 모르나 프레디는 그렇게 쉽게 내면이 변할 여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다시 5년 후 이번에는 프레디가 프랑스 애인 막심(요안 짐머)과 한국에서 무기 밀매 상을 위해 일하면서 아울러 한국 방문 프랑스인들을 위해 섹스 상대를 제공하는 일도 한다.
영화는 프레디가 혼자서 동유럽의 한 국가를 방문, 호텔에 투숙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서울과는 거리가 먼 곳인데 어쩌면 프레디는 서울에서나 이 동유럽 국가의 나라에서나 방랑객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뛰어난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박지민의 연기다. 이 영화로 데뷔한 그의 감지하기 힘든 다채롭고 다변한 연기가 영화에 깊은 무게를 주고 있다. 조연진의 연기도 좋다. 이민자들이 보면 느낄 바가 많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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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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