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 도발로 연평도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격 하루 뒤인 한국시간 24일 한 주민이 폐허가 되어버린 주택가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
깨진 유리·매캐 연기
포격·화마 흔적 곳곳
23일 북한의 포 사격을 당한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대연평도는 주민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면서 한마디로 ‘주인 없는 폐가’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현재 대연평도와 소연평도에는 전체 민간인 1,350명 가운데 200여명의 주민만이 남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4일 오후 6시 당섬 부두를 지나 처음 마주한 인천 중부경찰서 연평파출소. 파출소 마당을 지나 활짝 열린 정문 안으로 들어가니 어둠 속에서 촛불 2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일대가 정전되는 바람에 직원들은 초 2자루로 저녁을 맞고 있었다.
건물 유리창은 포격의 여파로 모조리 깨져 있었다. 보일러실 문짝도 포격으로 건물 전체가 틀어지면서 제대로 닫히지를 않았다. 난방도 되지 않으니 직원들은 마당 한쪽에 빈 철제통을 세워놓고 모여앉아 나무를 태워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파출소가 직접 포격을 맞은 것은 아니다. 파출소 건물 바로 뒤에 있는 우체국 관사 지붕을 포탄이 뚫고 들어가 두 건물 사이의 좁은 마당에 떨어졌다.
포탄을 맞은 우체국 관사의 한쪽 벽은 벽돌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듯 좁은 마당엔 길이 1m, 지름 15㎝가량 정도의 탄피가 떨어져 있었다. 그 주변으로 깨진 벽돌과 유리파편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파출소 오모 경사는 “포탄이 뒤로 떨어지면서 폭풍 같은 바람이 파출소 안으로 확 불어닥쳤다”며 “다행히 곧바로 옆으로 몸을 피해 다치지는 않았다”라고 전했다.
차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다. 도로 한가운데에 어른 발이 푹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패어 있었고 그 주변 민가 담벼락 10여곳에 파편이 박힌 흔적이 남아 있다.
주택 유리창들은 제대로 된 것이 하나 없을 정도로 깡그리 깨졌다. 주민들은 “그때 사람이 도로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격을 맞은 해병대 유류창고도 모두 검게 탔다. 그 여파로 유류창고 주변 야산에 불이 나 큰 나무들을 빼고는 온통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인근의 한 전신주는 ‘ㄱ’자 모양으로 부러져 아슬아슬한 형태였다. 전신주에 연결된 고압 케이블의 끊어진 단면에서는 여전히 불꽃이 튀고 있었다.
마을 안은 곳곳이 암흑천지였다. 전력복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데다 주민들 거의 대부분이 집을 떠나 빈집이 많았다. 가로등 몇 개가 켜져 있었지만 을씨년스러운 마을 분위기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주택 근처에서는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풍겼다. 나란히 붙어 있는 2층집 2채와 단층집 1채가 집 형태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다. 화마와 포격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철제문의 유리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철골마저 휘어져 있었다.
그나마 면사무소를 찾으니 사람 소리가 들렸다. 각종 복구작업을 위해 연평도에 들어온 인력과 의료진들, 군 관계자, 면사무소 직원들이 모여 각자 자신들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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